천연세제

아이와 함께 만드는 천연세제 체험 후기

jee94 2025. 7. 21. 17:23

아이와 함께 만드는 천연세제 체험 후기

아이와 함께 시작한 천연세제 만들기, 계기가 된 작은 사건

우리 가족이 처음 천연세제 만들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예상보다 사소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와 피부가 간지럽다고 말하더니, 등과 팔에 붉은 발진이 생긴 날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접촉성 피부염 진단을 받았고, 원인은 평소 쓰던 세탁세제의 합성 계면활성제에 의한 자극성 접촉 반응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아이의 피부는 어른보다 얇고 흡수력이 높기 때문에 세탁 후 옷에 남은 잔여 세제 성분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우리가 쓰던 제품의 성분표를 처음으로 자세히 살펴봤는데, ‘합성향료’, ‘형광증백제’, ‘보존제’ 등 낯선 화학 용어들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조금 불편하더라도 더 안전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인터넷에서 천연세제를 직접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평소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해보면 교육적 효과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천연세제 만들기 체험은 단순한 ‘생활 실천’을 넘어 가족 모두의 일상 습관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직접 만들어 본 천연세제, 준비물과 만드는 과정

아이와 함께 만든 천연세제는 ‘가루형 다목적 세제’였습니다. 만들기 간단하면서도 세정력도 좋아서 빨래, 주방, 욕실 청소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처음 체험하기에 적당한 레시피였습니다. 준비물은 베이킹소다 1컵, 구연산 ½컵, 세탁소다(탄산나트륨) 1컵, 천연 아로마 오일(라벤더 or 레몬) 10방울, 밀폐 용기,  장갑, 고무 주걱, 계량컵입니다.

먼저 깨끗한 그릇에 베이킹소다, 세탁소다, 구연산을 넣고 고루 섞은 후, 아로마 오일을 골고루 뿌려가며 잘 섞어주었습니다. 아이는 재료를 계량하고, 손으로 살살 비벼주는 역할을 맡았는데, 마치 모래놀이하듯 즐거워했습니다. 특히 레몬 오일 향이 퍼지자 “엄마, 레몬 사탕 냄새 나!”라며 깔깔 웃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모든 재료가 고루 섞이면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하면 끝입니다.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 남짓이었고, 과정 자체가 복잡하지 않아 아이가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활동이기도 했습니다.

만들면서 재료 하나하나의 역할도 함께 설명해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건 베이킹소다야. 기름때나 냄새를 없애주는 역할을 하지.”, “구연산은 레몬에서 나온 산이야. 물때나 세균을 없애줘.” 이런 식의 설명은 아이에게도 쉽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생활 속 과학 교육이 된 셈이었죠.

만든 천연세제를 활용한 세탁과 아이의 반응

천연세제를 만들고 난 후, 가장 먼저 사용해 본 건 바로 아이의 옷과 수건 세탁이었습니다. 평소 쓰던 합성세제를 중단하고, 우리가 만든 가루형 천연세제를 사용해 손세탁과 세탁기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시험해 봤습니다. 손세탁은 따뜻한 물에 세제를 2스푼 정도 풀고 아이의 티셔츠와 양말을 담갔더니, 거품은 일반세제보다 훨씬 적었지만 땀자국이나 냄새는 충분히 제거되었습니다. 아이가 직접 손으로 문지르며 “거품은 안 많이 나는데, 냄새가 안 나!”라고 말하며 신기해했죠. 거품보다 결과에 만족하는 아이의 모습에 우리도 놀랐습니다. 일반적인 세탁기 세탁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세탁소다 덕분에 세정력은 유지되었고, 헹군 후에도 옷감이 뻣뻣하거나 잔여물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아이가 옷을 입었을 때 “따갑거나 가렵지 않아!”라고 말한 점이었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속해서 사용해 본 결과, 피부 상태는 눈에 띄게 안정되었고, 기존에 종종 나타나던 발진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천연세제가 일반세제보다 세정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실제 생활 오염 정도에는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이는 자신이 만든 세제로 옷을 직접 세탁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는지, 그 이후로는 스스로 빨래를 넣고 세제를 넣는 일을 자청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만들기 활동이 생활 습관 교육으로 이어진 좋은 사례였습니다.

천연세제 체험이 남긴 변화와 가족의 작은 다짐

이 체험 이후 우리 가족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아이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성분’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마트에 가서도 “이건 천연이야? 아니면 화학이야?” 하고 묻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질문은 자연스럽게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음식, 청소용품, 화장품 등 다양한 생활 제품에도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기 위해 리필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고, 일회용 대신 재사용 가능한 용기를 활용하는 등 생활 속 환경 보호 실천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천연세제를 사용하는 일은 단지 아이의 피부 트러블을 피하기 위한 대응이 아니라, 건강과 환경을 모두 고려한 생활 전환점이 된 셈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이가 친구들에게 “내가 세제 만들 줄 알아!”라며 자랑을 했고, 유치원 선생님께도 천연세제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던 일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가 단순히 ‘세탁’을 바꾼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과 표현력까지 함께 키웠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다양한 천연세제 레시피를 시도해 보며, 계절별 향기를 입힌 아로마 오일 조합도 함께 실험할 계획입니다. 또한, 환경의 날이나 가족의 기념일에는 친환경 만들기 활동을 정기적으로 시도하려 합니다. 이처럼, 아주 작은 실천이었지만 그것이 가져온 변화는 우리의 삶을 훨씬 풍요롭고 건강하게 바꾸어 주었습니다.

천연세제 만들기 체험이 남긴 정서적 교감과 아이의 성장

천연세제를 만드는 과정은 단순히 무언가를 ‘완성’하는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만들면서 아이는 재료를 직접 만지고, 섞고, 냄새를 맡는 오감 활동을 경험했고, 이는 감각 통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물과 가루를 섞는 과정에서는 “이게 왜 부풀어?”, “거품은 왜 나는 거야?” 같은 질문을 하며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또한, 완성된 세제를 실제 세탁에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이 만든 것이 일상에 쓰이는 경험을 했고, 그로 인한 성취감도 함께 느꼈습니다. “내가 만든 세제로 옷을 빨았어!”라는 말 한마디 속에는 자존감, 책임감, 가족에 대한 기여 의식이 담겨 있었죠. 평소에 장난감 만들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만들기 체험 후 아이가 오히려 더 많은 집안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쓰레기 분리배출, 주방 물건 닦기, 수건 개기 같은 일을 스스로 찾기 시작했고, 환경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세제는 지구도 씻겨줘야 하니까 자연으로 돌아가야 돼”라는 순수하면서도 깊은 말을 들을 때가 많아졌습니다.

가족 간 소통의 장이 된 천연세제 만들기

평소 가족이 각자의 일로 바빠서 함께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천연세제를 만드는 이 활동은 우리 가족에게도 소통의 장이 되었습니다. 만들기 준비를 함께하고, 향을 고르며 서로의 취향을 나누고, 세제를 쓰고 난 후의 느낌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엔 무슨 향으로 해볼까?”, “라벤더 말고 오렌지 해보면 어때?” 같은 사소한 의견 나눔도 가족 간 취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계기가 되었죠.

또한 아빠는 평소 육아나 가사에서 참여도가 높지 않았지만, 이번 체험만큼은 아이의 요청에 따라 함께 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아이와의 거리가 확실히 가까워졌습니다. 만들기 체험은 단순한 환경 교육이나 기능 습득을 넘어 가족의 유대감을 키우는 매개체가 된 것입니다.

천연세제 만들기를 처음 시도하는 부모를 위한 작은 팁

아이와 천연세제를 처음 만들어보고 싶은 부모님들을 위해 몇 가지 실전 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팁들은 실제 체험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며, 첫 시도에서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간단한 레시피부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액상형이나 복잡한 세제를 만들기보다는, 가루형 다목적 세제나 주방용 세제처럼 구성과 과정이 단순한 레시피부터 도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향 선택은 아이에게 맡깁니다. 라벤더, 레몬, 오렌지 등 향이 강하지 않은 아로마 오일을 준비해 두고, 어떤 향을 넣을지 아이가 고르게 해 주세요. 선택권을 줄수록 참여도가 높아집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 갖습니다. 때때로 비율이 맞지 않거나, 가루가 뭉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더 즐겁고 기억에 남는 활동이 될 수 있으니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든 세제를 실제로 쓰는 것까지 경험하게 합니다. 만들고 나서 한쪽에 치워두면 아이는 자신이 만든 것이 쓸모없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만든 세제로 함께 빨래를 하거나 청소를 하면서 완성감을 심어 주세요.

천연세제를 만들기를 더 많은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작은 변화의 시작’

천연세제를 만드는 일은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큰 비용이 들지도 않았고,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실천 하나가 우리 가족에게 남긴 영향은 컸습니다. 아이는 환경에 대한 민감도를 키우고, 스스로 뭔가를 해냈다는 자부심을 느꼈으며, 가족 모두가 ‘세제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가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활동을 통해 “내가 쓰는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작은 손으로 베이킹소다를 덜고, 향을 선택하고, 그 결과물을 일상에 활용하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아이는 단순한 학습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시민 의식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천연세제 만들기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하는 작은 녹색 실험입니다. 단순한 체험이 아닌, 가족 모두의 생활을 바꾸는 따뜻한 출발선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가족처럼, 또 다른 누군가의 일상에서도 이 경험이 작지만 소중한 변화를 만들어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